4월 페이스북에 쓴 글을 여기 옮겨놓습니다.

기록을 위해 날짜 부분은 방영 날짜로 정정 표기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는 참사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고 이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 곳곳의 한심한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언론입니다.
'기레기'라는 말이 이처럼 널리 퍼진 적이 있던가요.
세월호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사건의 치밀한 재구성,
해운업체의 비리와 그에 따른 음모론,
정부의 무능한 대응...
다 좋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우리 보도부터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부터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이 엄청난 재난을 누구보다 신속히 보도한 점은 높이 살 만 합니다.
하지만 오보와 우왕좌왕하는 모습,
그리고 (언론 전체에 해당되는) 현장에서의 과열된 취재 경쟁은 
시청자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그들의 슬픔과 분노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기자들 역시, 그들에 비견할 바는 물론 아니겠지만, 
그래도 언론인으로서의 책임과 윤리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말 못할 심정 하나씩은 간직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한 제목은 이것입니다.
'봄꽃이 지는데 우린 무얼했나'

4월 26일 토요일 이미 두 차례 방영됐고,
27일 일요일 새벽 4시 반, 오후 1시 반에 방영됩니다.






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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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YTN (새 SB)

겪다 2014. 3. 4. 18:00

● YTN 새 SB 공개


4월 7일 상암동 이전을 앞두고 

YTN이 새로운 SB (Station Break)를 공개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콘텐츠 TF팀에서 제작을 담당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YTN 로고나 YTN 앵커, 기자가 출연한 10여 편을 골라 편집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방송사 가운데 YTN이 압도적으로 많은 점에 착안해 

'영화에서도 뉴스는 역시 YTN'이란 주제로 제작했습니다.







● “내가 YTN을 출연시킨 이유는...” 


편집 회의 중에 

"YTN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감독들의 코멘트를 넣으면 훨씬 설득력이 있겠다"는 의견이 나와

세 감독으로부터 코멘트를 받았습니다.

SB에서는 분량상 간략하게 담았지만 여기선 더 길게 담아볼까 합니다.



연가시 같은 재난 영화는 현실감, 사실감이 생명입니다.

상황을 알리는 방송 매체를 SBC,MBS처럼 정체불명의 로고로 처리하는 건 

현실감도 없고, 궁색한 일이죠. 

그런 면에서 YTN은 24시간 동안 실시간 뉴스를 접할 수 있는 매체라는 공신력이 있는 데다가,

실제 앵커 분들이 직접 출연하셔서 뉴스를 전달해주니, 영화 속 상황들이 사실인 것 같은 

착각을 하도록 하는 효과 덕에 몰입도에 지대한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 박정우, <연가시> 감독 -  



Q: <용의자>에서는 YTN 보도 장면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이 YTN 기자로도 나오고 있는데요,

    다른 채널이나 가상의 채널이 아니라 YTN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지요?

 

A: YTN은 공중파를 뛰어 넘는 전국민 뉴스 채널입니다. 

    살아 있는 뉴스, 깨어 있는 방송이라는 캐치프레이어처럼 전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죠.

    사건 사고가 일어 났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채널이 YTN 이고, 

    가장 빠른 보도를 통해 현장의 상황을 전해주는 채널이 또한 YTN 이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YTN을 선택한 당연한 이유입니다.

 

Q. YTN 로고를 노출하거나 YTN 기자 역할을 맡은 등장인물이 사건을 보도하는 장면을 

    연출하실 때 기대하신 효과는 무엇이었는지요?

 

A: 실제감입니다.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 있지만 눈 앞에서 보여지는 상황들이 

    허구가 아닌 실제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느끼길 바랬던겁니다.

    효과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YTN의 로고와 YTN기자 설정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영화에 더 많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 모든것이 YTN의 국민적 신뢰로 인해 가능했던 것입니다.


                                                                                                         - 원신연, <용의자> 감독 -



영화 속에 등장하는 뉴스 방송 장면의 경우 주로 가상 채널이 많이 사용 되는데 

그 이유는 방송장면의 내용이 대부분 반 사회적 범죄를 다루는 것이기에

기존의 방송사들이 자신의 방송사 이미지를 염려해서 영화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입장에선 잘 모르는 가상 채널에서 뉴스 보도 내용이 나오면 

현실성 반영의 허구성이 느껴져 몰입을 방해하는 불편함이 작용한다. 

 

그래서 감독들은 뉴스보도 내용에 관해선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인 YTN을 선호하는 편이다.


                                                                                                            - 이준익, <소원> 감독 -




● 영화 장면을 쓰는 문제


영화 영상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과 절차를 거쳐야 할까요?


방송 뉴스에서는 영화 속 장면 사용이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뉴스가 '공익성'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SB 제작은 뉴스가 아니기에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습니다.

이럴 때 법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두 가지, '저작권'과 '초상권'입니다.


저작권은 콘텐츠의 주인이 누구냐의 문제입니다.

배급사가 모두 갖고 있거나 배급사와 제작사가 공동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배급사와 제작사 두 군데에 연락을 해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초상권은 영상 속 등장인물의 얼굴에 대한 권리입니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도 배우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해당 영상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WRITTEN BY
양일혁

,



학교로 간 경찰...학교폭력 뿌리 뽑히나?

(제목을 누르면 해당 뉴스로 연결돼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전담하는 경찰관을 만나보았다.

미국식으로 말하면 스쿨 폴리스다.

팔에 달린 독수리마크 앰블럼도 새로 달아넣었다.

원래 그렇게 근무하는지, 아니면 카메라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명함까지 건네며 힘든일 있으면 카톡으로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다.



현장에 도착하기 전, 나는 제복 입은 경찰이 학교 복도를 어슬렁거리면 학생들이 겁내고 위화감을 느낄 줄 알았다.


기우였다.

학생들은 신기한 구경거리가 눈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설레하며 계속 경찰과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경찰이 학교를 돌아다니는 걸 학생들은 어떻게 느낄까.

"별 효과 없을 거 같아요."

조금 냉소적인 학생들은 뜸도 들이지 않고 말했다.

"와도 도덕적인 뻔한 얘기만 하고."


그래도 순찰을 돌면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지 않니?

"하루종일 있으면 그렇겠죠. 

잠깐 왔다가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조금 영리한 학생은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때리는 얘들은 멀리서 경찰 나타나면 금방 낌새 알아채고 숨죽이고 있어요.

경찰은 적발 못해요."


약간 계산적인 학생은 이런 견해도 내놓았다.

"요즘엔 학교폭력 잘 없어요."

오, 금시초문인데. 왜 그렇지. 미디어가 뻥튀기한 건가.

"맞으면 돈이거든요."


학교폭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너, 참 기특하다.

학교폭력이 점점 사라지는 풍토라면 그건 분명 긍정적인 일일 것이다.

하지만,

게임값 벌 수 있으니 쳐맞는 게 두렵지 않는 세상.

주먹의 논리를 깨부수는 것이 돈의 논리라니 그건 조금 많이 씁쓸하다.




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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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종을 만났다.
어렵게 만났다.
인터뷰를 주저해왔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관심받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부담은 강용석 국회의원이 건네줬다.
강용석 의원은 최효종의 개그가 국회의원 전체를 모욕했다며 고소를 했다.
최효종은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사마귀유치원에서
'국회의원 되는거 어렵지 않아요,
선거철만 되면 평소 잘 가지 않는 시장에 가기만 하면 돼요' 라며
국회의원에 대한 풍자 개그를 선보였다.

심지어는 강용석이 최효종을 고소하자 
개콘 코너 곳곳에 강용석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반응은 아주 좋았다. 
풍자 개그는 씨가 마르던 상황이었고, 
정치에 대한 불신과 정부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레임덕에 직면한 정부를 상대로, 그리고
당적을 박탈당하고 유효기간이 다 된 국회의원을 상대로  
조롱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어쨌든 시청자들이 열광해주었다는 데 있다.
시민이 열광하는 대상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은 기자에 있어 일종의 의무이다.
그 때문에 어렵사리 나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긴 어려웠다.

대신 조건이 따랐다.
강용석 의원과 관련된 질문은 하지 말 것.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 말란 질문을 곧이 곧대로 안하는 것 또한 직무유기다.
따라서 관건은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아프거나 다치게 하지 않고
풍성한 대답을 얻어낼 수 있는가 이다.

만약 최효종의 답변이 충실하지 못했다면
그가 불성실한 것이 아니다.
나의 질문이 그만큼 충실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인터뷰는 12월 3일 토요일,
광고 CF 현장에서 이뤄졌다.

아래 두 영상은 이날 최효종이 찍은 CF의 완성본이다. 





그리고, 

방송으로 나간 인터뷰는 여길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아래는 방송으로 나간 인터뷰와 그렇지 않은 인터뷰까지 함께 정리한 내용이다.


올해는 최효종의 해이다. 사랑 받는 소감이 어떤가?

사랑받았다기 보다 여러 배경들이 맞아 떨어졌다 생각한다. 
올 한 해 있었던 좋은 영광들을 빨리 잊어버리고
2012년 좋은 개그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시사 개그가 인기를 얻고 있다. 배경이 어디에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시사 개그가 방송에 안됐기 때문에
시청자 여러분들이 자연스럽게 원한 것 같고
내년 선거도 있고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된 것 같다.


뼈가 있어야 개그라고 얘길 한 적 있다. 어떤 뜻인가?

뼈가 있다는 뜻이 누굴 비판한다거나 사회 안좋은 점을 꼬집는다는 게 아니다.
뼈라는 건 아무 생각없이 뱉는 얘기가 아니라
시청자 여러분이 들었을 때 재해석이 가능한 개그를 하자는 뜻이다.
굳이 정치적인 얘기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혹은 개그의 퀄리티 라는 것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드린 말이다.


최근 일로 힘들었겠다.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줬을 것 같은데?
 
힘들진 않았다.
육체적으로 고문 당한게 아니니까.
아무래도 외부적으로 물어보는 말이 많으니까 스트레스가 많더라.
어떠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니까 그게 좀 피곤하고
주위에 있는 분들이 힘들어하니까 그게 더 속이 상했다.
그런데 개콘 식구들이 가장 많이 힘을 줬다.
오히려 전화위복이다, 너란 존재를 알리는 좋은 기회다고 생각해라, 고 말했다.
담당 피디나 작가진이 힘이 됐던 것 같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개콘이 복수를 가했다.
시청자 중에는 후련함을 느낀 사람도 많았다.
짜릿함이 느껴질 만도 했는데 어땠나?
 
그 역시 코너에서 말씀드렸지만 직접 공격하겠단 마인드는 아니었다.
매주 핫한 트랜드를 다루는게 개콘이니까 
그 부분은 보는 분들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다.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온다면?
 
아예 상상조차 안했다.
그쪽으로 아무것도 모르는데 생각 없다.


다른 시사 코너 계획도 있나?
 
기획을 해서 시사코너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그를 짜다보면 그 안에다 어떤 메시지를 담는 거다.
개콘은 전부 그렇다.
애정남 같은 경우도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게 있는거다.
애매한 걸 정해준다고 하지만 결국은 
지켜야할 기본적인 상호간에 없어진 개념들을
바로잡자는 콘셉트가 있는거다.
사마귀 유치원 같은 경우도 유치원 콘셉트로 재미있게 해서
현실을 직설적으로 얘기할 만한 게 없을까 해서 짜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시사와 풍자가 들어간거고.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시사 풍자 코미디를 짠다는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개그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 어떤 개그맨 되고 싶나?

제일 좋은 건 국민여러분 모두에게 사랑 받는거다.
그게 어렵다면 90%, 80%라도. 
내가 하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꿈이다. 


PS. 최효종은 오늘 (2011년 12월 27일) YTN 라디오와 전화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참고로 스크립트와 다시듣기 사이트 링크를 걸어둔다.
      스크립트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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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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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 베를린 공연을 이틀 앞둔 4일 오후 인터뷰를 했다.
방송에서는 활용하지 못했지만 몇가지 좋은 말들이 있어 여기에 대신 기록해 둔다.

(사진제공: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올해의 마지막 월드 투어다. 어떤 점을 어필할건가?

준수 : 이번 투어는 새로운게 아니라 월드와이드 앨범의 연장선상이다.
        이번 투어에서 특별히 바꾼 건 없다.
        대신 유럽 댄서 분들과 같이 서게 됐다.
        스페인에서 유명한 연예인 (라파 데먼즈) 이다.
        유럽에 맞는 정열적인 춤을 춰서 아크로바틱한 기술들을 할 수 있는 분이다.
        그런 춤들을 공연에 접목 시켰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런 부분이다.




다른 기획사의 합동 공연과 달리 첫 단독 유럽 공연이다.
내러티브가 가능한 게 차이점이라고 언급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가?

준수 : 기획사의 기획 공연은 여러 가수가 나와서 대표곡만 부르고 끝내는 공연이다.
        하지만 JYJ는 토크나 대화로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다.
        거기서부터 다르다.
        댄스곡 발라드곡이 주는 스토리가 있다. 
        그런데 가수들이 자기 곡만 부르고 빠지다 보면 댄스에서 발라드 넘어갈 때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런 점이 다르다.
        다른 의미로 보면 기획사의 타이틀을 다는게 아니라 유럽 타지에서 팀의 이름을 걸고 하는 공연이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스페인과 독일에 첫 물꼬를 튼 점만 봐서도 뜻깊다.

 
유럽에 와보니 실제로 케이팝의 열기가 느껴지나?

재중 : 우리가 알고 있는 케이팝의 열기가 과장된건 아닌가 싶다.
        태국 일본 중국은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케이팝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반을 파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유럽에선 공연장 주변이면 모를까 어떤 스타가 사실 그 열기를 느끼긴 힘들다.
        지금은 케이팝이란 시장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불이 지펴지려고 하고 있다.
        한류를 좋아해주는 마니아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층이 두터워지다 보니 
        한국에선 케이팝의 열풍이다고 부르는 거다.
        그렇게 열풍이 부니까 케이팝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거다.
        우리 같은 경우는 단독 공연이다 보니 소규모 공연이다.
        수익은 없는 공연이다.     
        사실 수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그 다음 공연이 없다고 본다.
        수익이 있어야 다음 공연이 되는거니까.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보고 공연하는 거다.




스페인 관중의 반응은 어땠나?

유천 : 한 나라의 팬을 보면 그 나라가 좀 보인다.
        스페인의 문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보는 열정과는 다르게 파워풀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이 나라에선 공연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무대가 커지면 커질수록 그 느낌도 커질 것 같다.
        
준수 : 그런 힘을 팬들이 끄집어 내줬다.
        끝나고 나니 뭔가 낼 수 잇는 힘 그 이상을 낸 듯 했다.
        하려고 해서는 절대로 안 될 그런 힘을 끄집어 내게 됐다.

유럽에서 이렇게 공연하면 국위선양 한다는 마음도 들 것 같은데?

유천 : 우리가 잘나서란 생각이 아닌게 책임감도 책임감이지만 더 나아갈 길들이 주어지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안주하지 않게 되는 공연이다.
        유럽 공연은 거품없이 솔직한 면 보이려고 한다.
        우린 유럽에서 이렇게 잘나간다, 그런 기사에 쑥쓰러워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가지려 한다.

재중 : 아시아의 스타 가운데 유럽에서 첫 공연 하면서 
        작은 공연장에서 거품없는 솔직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몇이나 될까.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하더라도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싫다는 거다.




더 나아갈 길이란게 무슨 뜻인가?
 
재중 : 일본에서 공연할 때 한 번 공연에 20만 명 정도가 왔다.
        오사카 두 번, 도쿄 두 번 이렇게 네 번을 투어를 돌면 거의 백 만이 들게 된다.
        그런 큰 공연장에서 하다보면 우리 자신들 조차 '앞으로 더 큰 곳은 어디에 있을까', '더 올라갈 곳은 어딜까'
        그런 안주하는 마음에 자만심이 생기게 된다.
        아티스트에게 더이상 목표가 없다면 괴로운 거다.
        그랬다가 다른 나라에 소규모 공연을 가고 관객석에서 빈 자리를 봤을때,
        허탈한 마음이 아니라 더 이상의 목표가 생기는 듯하다.
 
준수 : 일본에서도 우리는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나중에 점점 인기가 탄탄해지는 걸 느끼면서 결국 그랜드 슬램까지 달성하게 됐다.
        유럽에서도 지금 이렇게 공연하는게 옳은 시작이다.


 
 
한국 음악 프로그램에 못나가는 건 힘들지 않나?

준수 : 우리가 인기가 없는 식으로 무시하는 말이 들릴때 마음이 아프다.
        자기들 말을 입증하기 위해 팬들 수치를 낮춘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비하하는게 마음이 아프다.

떨어진 멤버들과의 미래는 어떤 관계로 흐를 것 같나?

유천 : 어렸을때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젝스키스처럼 깨진 팀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다시 합하는게 어려운 건가?
        어렵더라.
        우리 다섯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다. 


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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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에서 온 베스투르포트 극단의 <파우스트>를 보았다. 
연극 담당은 아니지만 담당 기자의 부탁으로 우연히 보게 됐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원래 연극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극의 또 다른 변주인 뮤지컬을 포함해)
몇 편 연극을 보긴 했지만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오직 하나다.
영화를 보는 뇌로 연극을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때 연극은 시시해지기 시작한다. 
단적인 예로 연극에는 클로즈업이 없다.
아, 클로즈업 된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이 주는 강력한 정서란.
연극에는 줌도 없다. 팬과 틸팅도 당연히 없다.
컷과 컷으로 이어지는 몽타주는 말할 것도 없다.

사정이 여기까지 이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영화와 달리 연극 만이 가진 감흥은 무엇인가.
굳이 스스로 찾아 헤매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인연이 닿지 않아서인지,
아직까지는 그 감흥의 근원을 알지 못했다.
오늘 <파우스트>를 보기 전까진. 






<파우스트>의 특징은 국내에서 제목에다 덧붙인 '아크로바틱'이 아니다.
그저 아크로바틱이 문제였다면 그것은 그저 서커스에 불과했을 것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 아크로바틱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 조건이다.
그것은 바로 무대공간이다. 
공중에 쳐진 대형 그물.
만약 배우들이 연기를 펼치는 무대 바로 위에 그물이 쳐져 있다면 그냥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 그물의 크기는 가로가 11m, 세로가 15m에 이른다. 
쉽게 말해 객석 위를 뒤덮는다는 얘기다.
배우들은 무대와 그물 사이를 종횡무진, 동분서주, 설왕설래하며 오간다.

이때 그물은 배우들의 아크로바틱한 연기의 전시장이 아니다.
이것은 새로 창조된 무대의 공간이다.
극중에서 젊은 요한이자 아스모데우스를 맡았고,
작가이자 베스투르포트 극단의 공동 설립자인 뵈른 홀리누르 해럴드손은
이를 두고 '공간의 탐험'이라고 불렀다.

없던 공간이 새로 생겨나면 연출의 새로운 가능성이 생겨나게 된다.
연출의 새로운 가능성은 새로운 미학적인 성취를 가능하게 한다.
바로 이때 매직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악마들이 어슬렁거릴때 그물은 지옥이 된다.
그때 관객은 지옥의 밑바닥에서 꼼짝없이 악마들을 바라봐야 한다.
여기에 그물의 탄력이 더해지면서 악마들의 걸음은 더욱 기괴한 낯선 움직임이 된다.
 
파우스트의 구애로 인해 그레타와 그녀의 오빠가 그물 위에서 갈등을 빚을 때
그때 관객은 집 안 바닥에서 그들을 올려다봐야 한다.
그들의 갈등이 전하는 파국의 감정은 훨씬 불길해진다.

무대를 내려다보던 시점에서 올려다보는 시점으로.   
말하자면 신의 관점에서 어린아이의 관점으로의 전환.
이 차이가 전해주는 정서의 오르내림.
이것은 너무나 새로운 체험이다. 

앞서 언급했던 해럴드손은
"할 수만 있다면 관객 모두를 그물 위로 떨어지도록 이끌고 싶었다.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새로운 체험을 공유하고 싶었다는 그들의 마음 씀씀이는
아이슬란드란 추운 나라에서 온 것 치고는 너무나도 따뜻했다. 

[ YTN : 파우스트, 공중을 넘나들다 ] (-> 클릭)  

추신.

<파우스트>에 음악 얘기를 지나치기 어렵다.
물론 조지 마이클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도 있지만
극에서 악마의 유혹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포스트 펑크 스타일의 음악이다.
이는 닉 케이브와 워렌 엘리스, 이 둘의 공동 작업이 이끌어낸 결과다.
이 둘은 코맥 매카시 원작의 영화 <더 로드>에서도 작업했다.
이중에서 닉 케이브는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에 등장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빔 벤더스가 록 음악광이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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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재팬이 한국에 왔다.
이게 조금 특별한 이유는 85년에 데뷔해 26년만에 처음 왔기 때문이다.

인터뷰 자리에는 리더를 맡고 있는 요시키가 홀로 참석했다. 

생각보다 굉장히 왜소한 체구. 그리고 굉장히 여성스러운 말투와 제스처.
무대 위 강렬하게 연주하는 모습만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요시키의 모습이 당혹스러운 정도로 낯설었다.

하지만 가장 낯설었던 것은 그가 사용한 언어였다.
왜 일본어가 아닌 영어를 굳이 구사했을까. 
악센트에는 물론 일본어가 묻어 있었다.

이와 함께 적당히 긴 머리는 갈색으로 염색되어 있었고, 얼굴은 새하얗게 분칠이 되어 있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받았던 첫 느낌은
그는 혹시 일본인이 아닌 서양인처럼 되고 싶은게 아닐까, 였다.

마침 기자회견장에 함께 있었던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마이클 잭슨을 보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럴지도.

그들 역시 한때 신화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엑스재팬이 소비되는 방식과 관계가 깊다.
엑스재팬의 공연 모습을 보면 이건 마치 어떤 비밀결사의 제의에 참석한 기분이 든다.
다른 밴드는 잘 모르겠는데 엑스재팬의 팬을 보면
단순히 '좋아한다'는 차원을 넘어 '숭배한다'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특별했다.
아직 밀레니엄이 도착하지 않았던 세기말, 
일본 문화는 아직 정상적으로 유통되기 전이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적대적인 감정 역시 감당하기엔 벅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엑스재팬 같은 제이팝, 스튜디오 지브리나 가이낙스의 에반게리온 같은 저패니메이션은
음성적인 경로를 통해 은밀하게 거래됐다.
이같은 소비 방식은 자연스럽게 공통의 비밀을 공유한다는 결속 의식을 낳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엑스재팬은 한국팬들에게 더욱 신비스러운 숭배의 대상이 되어갔다. 

하지만 히데의 죽음과 해체를 거치며 엑스재팬은 활동을 중단했다. 
세월의 더께는 쌓여만 갔고, 
그런 가운데 또 다른 멤버 타이지의 사망 소식은 팬들에게 그저 안타까운 짧은 탄식만 남겼을 뿐이다.
재결성 뒤 간간히 보게 된 영상 속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예전의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럴 뿐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만난 타이지가 낯설어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는 "마치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 공연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주말 펼쳐지는 그 무대.
누군가에겐 신화를 마주하는 기쁨이 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한때 누렸던 추억과의 재회가 될 것이다.

26년만의 조우란 건 어떤 기분일까. 

[YTN, 엑스재팬, "내일이 없는 것처럼!"] (-> 클릭) 

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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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이 날을 맞아 김장훈은 독도 페스티벌을 열었다.
독도 관련 3D 영상물과 사진, 희귀 도서를 전시한다.

(YTN, "독도의 적은 그릇된 관심!" ) -> 클릭 

역삼동 비주얼아트센터 '보다'에 김장훈은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나타났다. 
병원에 갔다 외출 허가증까지 받아 나온 사람 치고는 가벼운 흥분과 열정이 휩싸여 있었다.

이날 김장훈이 강조한 점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독도를 감정적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었다.
민족주의적인 감정에 휩싸인채 외국인을 상대하면 오히려 꼴만 우스워지기 쉽다는거다.
그는 "독도의 적은 무관심이 아니라 그릇된 관심"이고 
"기술 들어오는데 무작정 주먹 휘두르면 진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는 독도를 문화적, 예술적, 관광적인 차원에서 풀어가자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3D 영상물도 재미있게 만들고 멋진 사진도 전시해 놓으면
굳이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독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 않겠냐는 거다.
그럼 뉴욕에 오면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팬텀 오브 디 오페라를 보러 오듯
자연스럽게 독도에 관한 논리에 젖어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럼 점에서 독도박물관을 꼭 서울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은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인터내셔널한 도시가 되어가기 때문이다.

조금 의외였던 것은 자신이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고 고백할 때였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시각에서 보자면, 당연히 극우 민족주의자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독도 일을 하면서 일본 대사관 관계자와 친구가 됐다고 했다.
지난 추석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렇게 얘기를 나누었다고 했다.

"나는 독도란 것을 위해 그러지만 사실 일본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란 G2에 끼어있고, 남미가 자원으로 승부를 거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은 친구가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독도라는 가시를 빼고 가야만 한다.
적대 관계가 아니라 우정이란 관계에서 독도란 가시를 빼 나가자."

이렇게 말할 때 김장훈에게 있어 독도 문제는 조금 차원이 달라진다. 
대한민국이 아닌, 아시아의 우정에 대해 고민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넓은 틀에서 독도를 중심으로 지정학적 지도 그리기를 하고 있는 이 남자.

이 남자가 독도를 사랑하는 방식을 조금 더 알게 됐다. 

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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