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재팬이 한국에 왔다.
이게 조금 특별한 이유는 85년에 데뷔해 26년만에 처음 왔기 때문이다.

인터뷰 자리에는 리더를 맡고 있는 요시키가 홀로 참석했다. 

생각보다 굉장히 왜소한 체구. 그리고 굉장히 여성스러운 말투와 제스처.
무대 위 강렬하게 연주하는 모습만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요시키의 모습이 당혹스러운 정도로 낯설었다.

하지만 가장 낯설었던 것은 그가 사용한 언어였다.
왜 일본어가 아닌 영어를 굳이 구사했을까. 
악센트에는 물론 일본어가 묻어 있었다.

이와 함께 적당히 긴 머리는 갈색으로 염색되어 있었고, 얼굴은 새하얗게 분칠이 되어 있었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고 받았던 첫 느낌은
그는 혹시 일본인이 아닌 서양인처럼 되고 싶은게 아닐까, 였다.

마침 기자회견장에 함께 있었던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마이클 잭슨을 보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럴지도.

그들 역시 한때 신화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엑스재팬이 소비되는 방식과 관계가 깊다.
엑스재팬의 공연 모습을 보면 이건 마치 어떤 비밀결사의 제의에 참석한 기분이 든다.
다른 밴드는 잘 모르겠는데 엑스재팬의 팬을 보면
단순히 '좋아한다'는 차원을 넘어 '숭배한다'는 느낌까지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특별했다.
아직 밀레니엄이 도착하지 않았던 세기말, 
일본 문화는 아직 정상적으로 유통되기 전이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들의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적대적인 감정 역시 감당하기엔 벅찼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엑스재팬 같은 제이팝, 스튜디오 지브리나 가이낙스의 에반게리온 같은 저패니메이션은
음성적인 경로를 통해 은밀하게 거래됐다.
이같은 소비 방식은 자연스럽게 공통의 비밀을 공유한다는 결속 의식을 낳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엑스재팬은 한국팬들에게 더욱 신비스러운 숭배의 대상이 되어갔다. 

하지만 히데의 죽음과 해체를 거치며 엑스재팬은 활동을 중단했다. 
세월의 더께는 쌓여만 갔고, 
그런 가운데 또 다른 멤버 타이지의 사망 소식은 팬들에게 그저 안타까운 짧은 탄식만 남겼을 뿐이다.
재결성 뒤 간간히 보게 된 영상 속 목소리는 이상하리만치 예전의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럴 뿐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만난 타이지가 낯설어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는 "마치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 공연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번 주말 펼쳐지는 그 무대.
누군가에겐 신화를 마주하는 기쁨이 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한때 누렸던 추억과의 재회가 될 것이다.

26년만의 조우란 건 어떤 기분일까. 

[YTN, 엑스재팬, "내일이 없는 것처럼!"] (-> 클릭) 

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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