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프로그램 <짝>의 여성 출연자가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방송 사상 녹화 도중 출연자가 숨지는 일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갑작스러운 소식은 언제나 그렇듯 묵직한 돌멩이가 가슴을 뻥 뚫고 사라지는 느낌을 던진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의 사고는 잠시 동안 활동을 정지하고 판단은 작동 불가 상태가 되어버린다.

대체 이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것이 과연 내가 두 발을 붙이고 있는 대지 위에서 일어난 일이 맞는 것인가.

아니, 혹은 어쩌면 이것은 내 꿈이 만들어낸 가짜 이야기는 아닐까.



직접 겪거나 아주 가까운 지인에게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면, 

보통 이런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는 매개체는 기사가 거의 유일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런 끔찍한 소식을 활자로 직접 읽어야 하는 우리들을 조금이나마 배려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기사는 매우 신중히 쓰여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스포츠서울닷컴이 3월 5일 오전 11시 50분에 송고한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짝 출연자 사망 소식에 누리꾼들은 "짝 출연자 사망, 정말 안타깝다", "짝 출연자 사망, 이게 무슨 일이지?", 

"짝 출연자 사망, 대박이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비슷비슷한 시각에 올라온 디지털타임즈매일경제 기사에도 비슷비슷한 내용의 문장이 있다.

다른 매체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눈에 띄는 건 '대박'이란 단어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대박은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뜻한다.

보통은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둘 때 쓰인다.


하지만 이상하다. 


사람이 숨진 일이 '기대 이상의 성공'인가?

'크게 이루어진 어떤 일'인가?


대박이란 말이 요즘에는 감탄사처럼 아무 때나 쓰인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런 쓰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기사라는 글쓰기 형식이 

마냥 유행어를 좇아가며 친구와 잡담하듯 쓰는 글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온라인을 주로 이용하는 젊은 세대의 풍속에 어느 정도 발맞춘 결과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대박이란 단어는 한 사람의 죽음 앞에 놓기에는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가벼워서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는 표현 아닐까. 

이 일과 관련해 누리꾼들이 정말로 온라인에서 대박이라고 외친다고 해도

다른 단어를 고를 수는 없었을까.

기사를 읽는 우리와 고인의 지인, 그리고 무엇보다(!) 고인을 아주 조금이나마 위한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이 논의가 저널리즘의 도덕론, 혹은 윤리학에 그친다면 매우 따분한 일이 될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온라인 기사의 어떤 이상한 형식이다.

기사의 마지막에 거의 어김없이 등장하는 누리꾼이라는 정체불명의 정체.

이에 대한 논의는 다음번 글에서 이어질 것이다.



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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