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종을 만났다.
어렵게 만났다.
인터뷰를 주저해왔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회적으로 관심받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부담은 강용석 국회의원이 건네줬다.
강용석 의원은 최효종의 개그가 국회의원 전체를 모욕했다며 고소를 했다.
최효종은 개그콘서트의 코너인 사마귀유치원에서
'국회의원 되는거 어렵지 않아요,
선거철만 되면 평소 잘 가지 않는 시장에 가기만 하면 돼요' 라며
국회의원에 대한 풍자 개그를 선보였다.

심지어는 강용석이 최효종을 고소하자 
개콘 코너 곳곳에 강용석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반응은 아주 좋았다. 
풍자 개그는 씨가 마르던 상황이었고, 
정치에 대한 불신과 정부에 대한 불만은 갈수록 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 레임덕에 직면한 정부를 상대로, 그리고
당적을 박탈당하고 유효기간이 다 된 국회의원을 상대로  
조롱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어쨌든 시청자들이 열광해주었다는 데 있다.
시민이 열광하는 대상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은 기자에 있어 일종의 의무이다.
그 때문에 어렵사리 나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긴 어려웠다.

대신 조건이 따랐다.
강용석 의원과 관련된 질문은 하지 말 것.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 말란 질문을 곧이 곧대로 안하는 것 또한 직무유기다.
따라서 관건은 어떻게 상대의 마음을 아프거나 다치게 하지 않고
풍성한 대답을 얻어낼 수 있는가 이다.

만약 최효종의 답변이 충실하지 못했다면
그가 불성실한 것이 아니다.
나의 질문이 그만큼 충실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인터뷰는 12월 3일 토요일,
광고 CF 현장에서 이뤄졌다.

아래 두 영상은 이날 최효종이 찍은 CF의 완성본이다. 





그리고, 

방송으로 나간 인터뷰는 여길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아래는 방송으로 나간 인터뷰와 그렇지 않은 인터뷰까지 함께 정리한 내용이다.


올해는 최효종의 해이다. 사랑 받는 소감이 어떤가?

사랑받았다기 보다 여러 배경들이 맞아 떨어졌다 생각한다. 
올 한 해 있었던 좋은 영광들을 빨리 잊어버리고
2012년 좋은 개그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 


시사 개그가 인기를 얻고 있다. 배경이 어디에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시사 개그가 방송에 안됐기 때문에
시청자 여러분들이 자연스럽게 원한 것 같고
내년 선거도 있고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슈가 된 것 같다.


뼈가 있어야 개그라고 얘길 한 적 있다. 어떤 뜻인가?

뼈가 있다는 뜻이 누굴 비판한다거나 사회 안좋은 점을 꼬집는다는 게 아니다.
뼈라는 건 아무 생각없이 뱉는 얘기가 아니라
시청자 여러분이 들었을 때 재해석이 가능한 개그를 하자는 뜻이다.
굳이 정치적인 얘기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혹은 개그의 퀄리티 라는 것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드린 말이다.


최근 일로 힘들었겠다.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줬을 것 같은데?
 
힘들진 않았다.
육체적으로 고문 당한게 아니니까.
아무래도 외부적으로 물어보는 말이 많으니까 스트레스가 많더라.
어떠냐,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니까 그게 좀 피곤하고
주위에 있는 분들이 힘들어하니까 그게 더 속이 상했다.
그런데 개콘 식구들이 가장 많이 힘을 줬다.
오히려 전화위복이다, 너란 존재를 알리는 좋은 기회다고 생각해라, 고 말했다.
담당 피디나 작가진이 힘이 됐던 것 같다.


그 일이 있고 나서 개콘이 복수를 가했다.
시청자 중에는 후련함을 느낀 사람도 많았다.
짜릿함이 느껴질 만도 했는데 어땠나?
 
그 역시 코너에서 말씀드렸지만 직접 공격하겠단 마인드는 아니었다.
매주 핫한 트랜드를 다루는게 개콘이니까 
그 부분은 보는 분들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조금 뜬금없는 질문이다.
정치권에서 러브콜이 온다면?
 
아예 상상조차 안했다.
그쪽으로 아무것도 모르는데 생각 없다.


다른 시사 코너 계획도 있나?
 
기획을 해서 시사코너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그를 짜다보면 그 안에다 어떤 메시지를 담는 거다.
개콘은 전부 그렇다.
애정남 같은 경우도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게 있는거다.
애매한 걸 정해준다고 하지만 결국은 
지켜야할 기본적인 상호간에 없어진 개념들을
바로잡자는 콘셉트가 있는거다.
사마귀 유치원 같은 경우도 유치원 콘셉트로 재미있게 해서
현실을 직설적으로 얘기할 만한 게 없을까 해서 짜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시사와 풍자가 들어간거고.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시사 풍자 코미디를 짠다는 건 아니다. 
자연스럽게 개그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


앞으로 어떤 개그맨 되고 싶나?

제일 좋은 건 국민여러분 모두에게 사랑 받는거다.
그게 어렵다면 90%, 80%라도. 
내가 하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으면 좋겠다는 게 가장 큰 꿈이다. 


PS. 최효종은 오늘 (2011년 12월 27일) YTN 라디오와 전화 인터뷰를 갖기도 했다.
      참고로 스크립트와 다시듣기 사이트 링크를 걸어둔다.
      스크립트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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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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