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가입 환영사

쓰다 2012. 5. 1. 11:09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저는 밥 딜런이 1963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을 듣고 있습니다바람만이 아는 노래가 들어있는 바로 그 앨범입니다. 알다시피 이 노래는 사이렌의 목소리처럼 그 시절 젊은이들을 거리로 이끌어 평화와 희망을 꿈꾸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기적처럼 현실이 되었습니다. 제가 이 음반을 집어든 이유는 간단합니다기적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적,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 불현듯 이루어질 때


기적. 그것은 어떻게 찾아옵니까. 간절히 바라던 소망이 불현듯 이루어질 때 찾아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그렇다면 소망은 어떻게 하면 이뤄지는가라고 물어보는 것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방점은 간절히에 있습니다. 오직 그 부분만이 전적으로 우리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은 간절함’,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나와 그녀의 맞잡은 손


그런데 이 간절함이란 함께 할수록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지난해 겨울 광화문 시위 현장. 겹겹이 에워싼 경찰에 저와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하차도 계단 한가운데 고립되고 말았습니다. 경찰에 밀려 자칫 잡고 있던 손이 떨어질 뻔한 찰나, 그녀는 제 손을 있는 힘껏 쥐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가장 강력한 힘. 절대 이대로 떨어져선 안 된다는 의지. 뼈와 근육을 거쳐 가슴까지 저리게 만든 그 간절함. 그때 갑자기 경찰에 맞받아치기 시작한 사람들. 힘과 힘이 모여 거센 파도처럼 밀어붙인 결과 가까스로 되찾은 차고 맑은 공기. 그리고 그때까지도 놓지 않았던, 땀으로 범벅이 된, 우리의 손. 여전히 숨 가쁘게 쿵쾅거리던 내 심장. 그런데,


긴 겨울, 봄의 간절함 


요즘 우리 주변에 자그만 기적 같은 모습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평소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는 개나리, 진달래, 벚나무의 꽃망울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겁니다. 길었던 올 겨울 추위가 한달음에 달아난 덕분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매서운 추위도 봄의 간절함을 이기지는 못하나 봅니다


기적의 행렬에 동참한 당신을 환영합니다.


우리 역시 기나긴 겨울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엄혹한 시절은 이제 곧 끝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봄을 바라왔던 든든한 후배 7명이 그 간절한 마음을 보태러 여기 모인 까닭입니다. 선배와 후배는 이제 함께 기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손과 손을 굳게 맞잡습니다. 그동안 지녔던 외로움과 무거운 짐, 이제는 우리가 함께 나눕니다. 불현듯 잔뜩 움츠렸던 꽃망울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이 아름다운 기적의 행렬에 기꺼이 동참한 후배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을 환영합니다. 진심으로.



추신: 

위 글은 2012년 4월 19일 새벽에 쓴 글이다. 

YTN 13기 후배들의 노조 가입을 환영하기 위해 썼다.


WRITTEN BY
양일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