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멧돼지가 자꾸 바다로 가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헤엄을 친다.
누구는 그러다 지쳐서 죽고,
또 누구는 사람들에게 잡아 올려져서 죽음을 당한다.
이래저래 죽는다.


<출처: 연합뉴스>

 
멧돼지가 바다로 뛰어드는데 뾰족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멧돼지는 도망갈때 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경향] 멧돼지는 왜 바다로 갔을까 (-> 클릭)

숫자는 불어나고,
먹이는 없고, 
그래서 마을로 내려오고,
농작물을 휘젓고,
본의 아니게 사람도 위협하고,
그 때문에 포획꾼에게 쫓기고,
자꾸 달리다 보면 바다가 나오고,
그리고 벼랑 끝에서 내려야만 하는 마지막 선택.
'풍덩.'

<출처: 연합뉴스>

왠지 멧돼지의 신세가 처연해진다.
농작물 피해를 입거나 다치신 분들에게는 죄송스럽지만
그래도 어쩐지 안쓰럽다.
천적이 없어서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이 멧돼지의 잘못은 아니니까.
개체수가 늘어나서 먹을게 부족해지는 것이 멧돼지의 실수는 아니니까.
먹을 것을 찾아 마을로 내려오는 것이 멧돼지의 오판은 아니니까.


<출처: 연합뉴스>

무엇보다도 물에 스스로 몸을 던진다는 제스처.

이 때 묘하게 겹쳐지는 이미지.

한강에 몸을 던지는 사람들.  


<출처: YTN>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한강에 투신한 사람은 모두 892명이었다. 
이 가운데 375명이 숨졌다.
이틀에 한번 꼴로 투신을 한 셈이다.

그들 가운데
몸을 던지고 싶어서 던진 사람, 누가 있을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떠밀리듯 그곳에 온 것 아닌가.
일자리가 줄어들어 직업을 얻지 못하는 것이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니까.
직업을 얻지 못해 생활이 궁핍해지는 것이 그 사람의 실수는 아니니까.
빚에 허덕이면서까지 무언가를 해보려 애쓴 것이 그 사람의 오판은 아니니까.

그나마 인간은 하소연이라도 할 수 있다.
한강에 뛰어드는 것은 제발 내 처지를 알아달라며 사회에 절규하는 간절한 호소다.
그렇지만 멧돼지의 하소연은 누가 들어줄까.

그들의 고통.
그들의 아픔.
그들의 슬픔.

아니, 어쩌면 우리의 고통과 아픔과 슬픔에 귀를 기울여야 할 사람들이 
눈 막고 귀 막고 있단 점에서 
우리는 결국  멧돼지와 별 차이가 없다면 어떡할 것인가.


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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