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여행길에 음반 가게에 들렀다.
방콕의 시암이란 곳에 파라곤이란 대형 쇼핑센터가 있다. 
우리로 치면 타임스퀘어쯤 된다.
그곳 레코드샵 역시 규모가 꽤 컸다.
살펴보니 한쪽 구역에 케이팝 CD가 진열돼 있었다.
해외 레코드 가게에 K-pop CD가 판매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꽤 신기했다.

이것이 신기한 이유는 CD 판매가 (공연 수익과 더불어) 실질적인 인기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실질적이란 뜻은 말 그대로 산업적인 의미에서 자본이 움직인다는 의미이다.
K-pop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로 흔히 꼽는 것이 유튜브와 SNS이지만,
이는 홍보의 수단일 뿐이지 하나의 산업구조, 수익 모델은 아니다. 
사고 파는 구조가 정착이 될때 K-pop은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K-pop이 산업으로 인정받을때 K-pop은 사실상 한류라고 부를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고서 K-pop이 제2의 한류다, 유럽을 점령했다, 따위의 카피는 그냥 헛소리다. 

고상한 척 문화산업이라고 하지만, 사실 여기서 방점은 문화가 아니라 산업에 있다.
그렇지 않다면 왜 YG가 지난해 주식 상장을 하자 마자 양현석이 그해의 신규 주식 부자 연예인으로 떠오를 수 있겠는가.
어쨌든, 방콕에는 K-pop CD를 팔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우선, 이 레코드샵에는 K-pop 섹션이 따로 있진 않았다.  
POP, ROCK, OST, 또는 NEW RELEASE, 아니면 IMPORTED  BLU-RAY라는 섹션까지 있었지만
K-pop 섹션이 따로 있지는 않았다. 
일본의 J-pop과 중국의 C-pop이 한데 섞여 있었다.





2PM의 명백한 짝퉁으로 보이는 JPM이란 C-pop 보이그룹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짝퉁이 존재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바로 인기이기 때문이다.
K-pop의 인기가 아시아에서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원형 기둥의 한쪽 귀퉁이에 K-pop만 전시된 구역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는 정식 섹션이 아니라 프로모션의 성격이 강해보였다. 
실제 수요가 뒷받침 됐기 때문에 이런 진열을 한 것인지, 홍보용인지는 불분명했다. 







그리고 곳곳에서 K-pop 가수가 광고모델이 된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2PM의 닉쿤은 말할 것도 없고, 비스트가 과자 광고를 하는 포스터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K-pop의 인기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점원에게 물어보았다.
영어가 짧은 탓인지, 원래 성격 탓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한마디 툭 던졌다.
"물론. 저거 안보여?"
그가 가리킨 손가락에는 소녀시대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마지막으로 사진으로 담진 못했지만 K-pop 진열대에
우리나라 인디 뮤지션의 음반을 발견한 것은 또다른 수확이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칵스의 첫번째 미니앨범 <Enter> 였다.

태국에서 K-pop은 확실히 하나의 장르로서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장르는 어디까지나 J-pop이나 C-pop의 또 다른 분류였다. 
이는 해외의 K-pop 팬들에게 어떻게 K-pop을 알게 됐냐고 물었을때 
한결같이 J-pop을 듣다가 알게 됐다고 대답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기도 했다.  

WRITTEN BY
양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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